Читать книгу 용의 숙명 - Морган Райс, Morgan Rice - Страница 12

제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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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웬돌린 공주는 왕실의 가장 깊숙한 내부에서 고드프리 왕자와 함께 손을 이리저리 꼬고 비틀며 눈 앞에 서 있는 스태픈을 바라봤다. 그는 독특해 보였다. 단지 그의 생김새가 볼품없고 허리가 휜 꼽추이기 때문이 아니라, 설명할 수 없는 긴장감을 가득 품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시선을 가만 두지 못했고 마치 죄책감에 몸부림치듯 두 손을 꽉 움켜쥐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한 발작도 움직이지 않았다. 다리가 덜덜 떨렸으며 낮은 목소리로 스스로에게 뭔가를 흥얼거렸다. 그웬 공주는 그가 이곳에서 보낸 세월로 인해, 오랜 시간 고립되어 지낸 이유로 이러한 독특한 인상을 풍기고 알 수 없는 행동을 한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그웬 공주는 아버지께 무슨 일이 있어난 건지 그가 스스로 입을 열 때까지 침착하게 기다렸다. 그러나 몇 초가 지나고 몇 분이 지나고 스태픈의 눈썹 위로 땀이 흘러내리고 그의 몸이 더욱 심하게 떨리는데도 아무런 말을 들을 수 없었다. 무겁고 깊은 침묵만이 흘렀고, 침묵을 깨는 유일함은 스태픈의 흥얼거림이었다.

그웬 공주 또한 땀이 나기 시작했다. 무더운 여름 날 펄펄 끓는 솥이 너무 가까이에 있었다. 공주는 이 상황을 빨리 마치고 이곳을 떠나 다시는 이곳에 발길을 하고 싶지 않았다. 공주는 스태픈을 면밀히 살피며 그의 행동을 분석하고 그의 심중을 헤아리려 노력했다. 스태픈은 공주와 왕자에게 다 털어놓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아직까지 침묵만을 지키고 있었다. 그의 행동을 유심히 보니, 다른 꿍꿍이가 있는 듯 했다. 분명한 건, 그가 겁을 잔뜩 먹었고 무언가를 숨기려 한다는 것이었다.

마침내, 스태픈이 목청을 가다듬었다.

“그날 오물 통으로 무언가가 떨어졌습니다, 확신했었죠,” 스태픈은 시선을 외면한 채 말을 이었다. 그의 시선은 바닥을 향해 있었다. “그렇지만 그게 뭔지는 몰랐습니다. 금속이었죠. 우리는 오물 통을 그날 저녁 비웠고, 무언가가 강에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소리가 달랐습니다. 그래서,” 스태픈은 다시 여러 차례 목을 가다듬으며 팔을 비틀거렸다. “그렇게, 그게 무엇이었든지, 강물에 휩쓸려 갔어요.”

“확실한가?” 고드프리 왕자가 다그쳤다.

스태픈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웬 공주와 고드프리 왕자는 서로를 마주보며 시선을 교환했다.

“그게 뭔지 대충이라도 보긴 했는가?” 고드프리 왕자가 압박했다.

스태픈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만 자네는 단검을 입에 올렸네. 보지도 못했다면서 그것이 단검이라는 걸 어찌 알았는가?” 그웬 공주가 물었다. 공주는 그가 어떤 연유에서인지는 몰라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스태픈은 헛기침을 했다.

“그렇게 말했던 건 그냥 그게 단검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스태픈이 설명했다. “그건 작은 금속이었어요. 단검이 아니면 무엇이었겠습니까?”

“그럼 자네는 오물 통의 밑부분을 확인 했는가?” 고드프리 왕자가 질문했다. “오물 통을 버린 뒤에? 아마도 그 물건이 바닥에 남았을 수도 있지 않나.”

스태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바닥을 확인 했습니다,” 스태픈이 대답했다. “항상 그렇게 하지요. 아무것도 없었어요. 비어있었죠. 무엇이 있었든지 모두 강물에 떠내려갔어요. 모두 떠내려가는 걸 봤습니다.”

“만약 그게 금속이었다면, 떠내려 갈수가 없지 않은가?” 그웬 공주가 질문했다.

스태픈은 다시 한번 목을 가다듬고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강물이 참 묘합니다,” 스태픈이 대답했다. “물살이 참 세지요.”

그웬 공주는 고드프리 왕자와 의심의 눈빛을 교환했다. 고드프리 왕자의 표정으로 보아 그 또한 스태픈을 믿지 못하는 것 알 수 있었다.

그웬 공주는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성급해졌다. 지금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황당한 상황에 처해있었다. 불과 잠시만 해도 스태픈은 모든 걸 털어놓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그는 급작스레 마음을 바꿔버렸다.

그웬 공주는 스태픈에게 한발 다가갔고 무언가를 계속해서 감추려 하는 그를 노려봤다. 그녀는 가장 엄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마치 아버지에게서 느꼈던 무서운 위엄이 그녀 속에서 뿜어 나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공주는 그가 알고 있는 전부를 밝혀야 갰다고 다짐했다. 특히 그것이 아버지의 암살자를 찾는 단서가 된다면 더더욱 그러했다.

“거짓을 고하고 있구나,” 공주의 어조가 강철처럼 냉정했고 그 속의 내재된 위엄에 공주 자신 또한 놀라웠다. “왕족에게 거짓을 고하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 말고 있는 것이더냐?”

스태픈은 펄쩍 뛰며 양 손을 움켜 쥐었다. 잠시 공주의 얼굴을 힐끔 보더니 이내 시선을 돌렸다.

“죄송합니다,” 스태픈이 애원했다. “죄송합니다. 부탁 드립니다, 그게 다입니다.”

“자네는 아까 우리에게 모든 걸 털어놓으면 감옥 행을 면해줄 수 있냐고 물었지,” 공주가 말을 이었다. “그러나 자네는 아무것도 털어놓지 않았네. 아무런 얘기도 아니었다면 왜 그런 부탁을 했는가?”

스태픈은 바닥에 시선을 고정한 채 바짝 마른 입술을 핥았다.

“저…전…음,” 스태픈은 말을 꺼냈다 다시 말을 잇지 못하기를 반복했고 이내 목을 가다듬었다. “저는 걱정이 돼서요…오물 통에 뭔가가 떨어졌는데 신고하지 않은 게 걸릴까 걱정돼서요. 그게 다입니다. 죄송합니다. 그게 뭔지 몰랐어요. 이젠 사라졌고요.”

그웬 공주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주시했다. 그의 알 수 없는 행동을 파악하고 싶었다.

“네 관리자에게는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공주는 틈을 주지 않고 스태픈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가 실종됐다고 들었다. 그리고 네가 그 일과 관계가 있다지.”

스태픈은 쉬지 않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관리자는 떠났어요,” 스태픈이 대답했다. “그게 제가 아는 전부에요. 송구합니다. 공주님께 도움이 될만한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때마침 한쪽 천장에서 커다란 바람 소리가 일어났다. 세 사람 모두 고개를 돌려 활송 장치를 통해 커다란 오물 통에 오물이 내려오는 모습을 바라봤다. 스태픈은 몸을 돌려 오물 통으로 재빨리 다가갔다. 스태픈은 그곳에서 오물 통이 오물로 채워지는 모습을 지키고 있었다.

그웬 공주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고드프리 왕자를 바라봤다. 고드프리 왕자 또한 난해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저자가 감추는 게 무엇이든지,” 공주가 입을 열었다, “저자는 절대 말하지 않을 거에요.”

“저자를 투옥시켜야겠어,” 고드프리 왕자가 대답했다. “그럼 입을 열겠지.”

그웬 공주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것 같지 않아요. 저자는 그렇게 해도 입을 열지 않을 거에요. 그는 분명 단단히 겁을 먹었어요. 아마도 관리자와 관련 있는 것 같아요. 그는 분명 무언가를 숨기고 있어요. 그렇지만 아버지의 죽음과는 관련이 없어 보여요. 제 생각엔 우리에게 도움이 될 만한 단서를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그를 몰아세워봐야 계속 입을 닫게 할 뿐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드프리 왕자가 물었다.

공주는 그 자리에 서서 생각에 잠겼다. 공주는 어린 시절 거짓말을 들켰던 친구 한 명을 떠올렸다. 그녀의 부모님은 그녀에게 사실을 말하라며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끝끝내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모두가 포기한 채 그녀를 내버려 둔지 겨우 일 주일 만에 그녀는 스스로 모든 사실을 털어놨다. 그웬 공주는 스태픈에게서 그때 그 친구의 모습을 투영했다. 그를 몰아세워봤자 입을 열지 않을 것이며 스스로에게 거리를 두어 그가 직접 입을 열게 해야 했다.

“시간을 좀 주죠,” 공주가 대답했다. “다른 곳을 찾아봐요. 다른 단서를 찾은 뒤, 뭔가 찾게 되면 다시 그에게 물어보죠. 그럼 입을 열 거에요. 지금은 아직 준비가 안 된 듯해요.”

그웬 공주는 구석에 서서 오물 통을 주시하는 스태픈을 바라봤다. 공주는 스태픈이 자신을 아버지의 암살자에게 안내해줄 인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단지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스태픈의 마음 속 깊숙이 도사리고 있는 비밀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공주는 그가 매우 괴상하다고 생각했다. 정말로 아주 괴상한 인물이었다.

용의 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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