Читать книгу 명예의 눈물 - Морган Райс, Morgan Rice - Страница 10

제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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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안다 공주는 전쟁터를 가르며 뛰어갔다. 군사들이 말을 타고 달리는 길목 사이 사이로 몸을 피하며 맥클라우드 왕이 있는 조그만 집으로 향했다. 공주의 손에는 차가운 금속 말뚝이 쥐여 있었다. 백성들의 터전이자 흙먼지로 가득한 도시를 가로지르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공주는 최근 몇 개월간 이뤄진 침략에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끌려 다니며 백성들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모두 목격하고 말았다. 이제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었다. 공주 안에서 무언가가 북받쳐 올랐다. 이제는 맥클라우드 왕가의 군사 전체와 맞서는 한이 있더라도, 무슨 수를 써서든 이 사태를 막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루안다 공주는 자신이 하려는 일이 무모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스스로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다는 것도, 맥클라우드 왕의 손에 죽을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공주는 앞을 향해 달려가며 애써 이런 나약한 생각을 지웠다.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옳은 일을 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전쟁터에서 수 많은 군인들 사이로 저 멀리 맥클라우드 왕이 보였다. 그는 비명을 지르는 불쌍한 여인을 어깨에 메고 인적이 없는 작은 백토 집으로 들어갔다. 맥클라우드 왕은 이내 집의 대문을 닫아버렸고, 닫힌 대문 위로 흙먼지가 일어났다.

“루안다!” 누군가가 공주를 불렀다.

공주가 뒤를 돌아보니 저 멀리에서 공주를 뒤쫓는 브론슨 왕자가 보였다. 끝없는 군대의 행렬에 브론슨 왕자는 몇 번이나 멈춰 섰다가 다시 공주 뒤를 쫓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루안다 공주에게는 다름아닌 지금이 적기였다. 만약 브론슨 왕자가 공주를 따라잡으면 공주가 굳게 마음먹은 일을 막아 설 게 분명했다.

공주는 말뚝을 꼭 움켜쥐고 더욱 속력을 내어 달렸다.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무모한지, 성공할 확률이 얼마나 희박한지 생각하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했다. 맥클라우드 왕의 모든 군대가, 모든 사령관들이 또한 그의 아들이, 모두 그에게 기가 눌려 꼼짝도 못하는 상황에서 과연 공주가 성공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설상가상으로 루안다 공주는 군인은 고사하고 기존에 사람을 죽여본 일이 없었다. 결국 공주는 맥클라우드 왕 앞에서 얼어붙어버리게 될까? 공주는 맥클라우드 왕이 눈치채지 못하게 그에게 접근할 수 있을까? 브론슨 왕자의 경고처럼 진정 맥클라우드 왕은 불굴의 존재일까?

루안다 공주는 맥클라우드 왕의 군대가 벌이는 참사의 현장과 더불어 비참하게 망가져버린 공주의 고국을 바라보며 맥클라우드 왕의 무시무시한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공주는 브론슨 왕자를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맥클라우드 왕가와의 결혼에 동조했던 자신의 선택을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하이랜드 산맥이 서부 왕국과 동부 왕국을 분리하는 역할을 한 덕에 맥길 왕국은 그 동안 운이 좋았다고 봐야 했다. 이제서야 공주는 그 덕에 두 왕국이 서로 분리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절실하게 실감했다. 공주가 너무 순진했다. 맥클라우드 왕국이 그렇게 잔인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던 자신이 어리석었음을 인정해야 했다. 자신이 맥클라우드 왕국을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어떤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맥클라우드 왕의 며느리가 되고 언젠가는 맥클라우드 왕국의 여왕이 되는 일에 큰 사명을 걸었던 스스로의 어리석었던 생각에 후회가 밀려왔다.

이제서야 공주는 자신의 잘못된 판단을 깨달았다. 다시 안전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맥길 왕국에서 지낼 수만 있다면 자신의 신분, 돈, 명예를 포함한 모든 걸 얼마든지 내던질 수 있었다. 공주는 자신을 맥클라우드 왕국에 시집 보낸 아버지에게 분노가 일었다. 철없고 순진했던 공주는, 당시 그로 인한 결과를 더욱 신중하게 고려했었어야 했다. 자신의 딸까지 희생시킬 정도로 정치가 그렇게 중요한 것이었을까? 공주는 또한 그렇게 세상을 떠나버린 아버지가 미웠다. 이 모슨 상황 속에 홀로 자신을 남겨둔 아버지가 미웠다.

최근 몇 개월간 루안다 공주는 의지할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밖에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똑똑히 인지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그녀가 이 모든 상황을 바로잡을 기회였다.

공주는 부들부들 떨며 작은 벽토 집에 도착했다. 어두운 오크 나무로 만들어진 대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공주는 혹시 맥클라우드 병사가 자신을 가로막을까 두려운 마음에 주변을 살폈다. 그러나 다행히 모두가 전쟁에 열중해있느라 공주에게는 시선을 두지 못했다.

공주는 대문으로 다가가 한 손에는 말뚝을 쥐고 다른 한 손으론 최대한 조심스럽게 맥클라우드 왕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대문 손잡이를 돌렸다.

집 안으로 들어서니 실내가 꽤 어두웠다. 강렬하게 내리쬐는 태양 빛에 익숙했던 두 눈이 천천히 어두운 실내에 적응해 나갔다. 집 안은 바깥보다 시원했다. 집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집안 가득 잡혀온 여자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침내 시야가 어둠에 익숙해졌고 공주는 맥클라우드 왕을 찾기 위해 집 안을 둘러봤다. 공주의 시선에 바닥 위에서 벌거벗겨진 여자 위로 바지를 벗고 뒹굴고 있는 맥클라우드 왕의 모습이 포착됐다. 여자는 소리를 지르며 울부짖고 있었다. 맥클라우드 왕이 두꺼운 손바닥으로 여자의 입을 막자 두 눈이 쏟아져나올 듯 소리 없이 악을 쓰고 있었다.

루안다 공주는 이 상황이 실제 상황이라는 걸, 자신이 맥클라우드 왕을 죽이려고 한다는 걸 새삼 실감할 수 없었다. 공주는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말뚝을 움켜쥐고 앞으로 나아갔지만 무릎이 후들거렸다. 공주는 성공하기만을 간절히 기도했다. 마치 생명 줄을 붙잡듯 공주는 온 힘을 다해 말뚝을 꼭 쥐었다.

부탁 드립니다. 신이시여, 제가 이 남자를 죽일 수 있게 해주세요.

공주의 귓가에 맥클라우드 왕이 자신의 욕망을 채우며 야생 동물처럼 찡그리고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맥클라우드 왕이 움직일 때마다 여자의 비명 소리는 더욱 괴롭게 울려 퍼졌다.

루안다 공주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또다시 조심스럽게 앞으로 한 발짝씩 걸어가기를 반복하며 맥클라우드 왕에게 다가갔다. 공주는 눈을 내리깔고 맥클라우드 왕의 살피며 말뚝을 박을만한 곳을 찾았다. 다행히도 그는 갑옷을 벗고 얇은 셔츠 하나만을 걸친 상태로 지금은 온 몸이 땀에 젖어있었다. 맥클라우드 왕의 땀냄새가 루안다 공주의 코끝을 찌르자 공주는 얼굴을 찌푸렸다. 갑옷을 벗은 건 맥클라우드 왕의 실수였다. 공주는 이것이 그의 마지막 실수로 남을 거라 생각했다. 공주는 훤히 드러난 그의 등에 말뚝을 내리꽂을 심산으로 두 손으로 말뚝을 높이 치켜들었다.

맥클라우드 왕의 괴성이 절정에 이름과 동시에 공주는 양 손으로 있는 힘껏 말뚝을 더욱 높이 들어올렸다. 공주는 이 순간 이후 벌어질 모든 변화에 대해 생각했다. 맥클라우드 왕은 극악무도한 철권통치를 내려놓고, 공주의 백성들은 더 이상의 침략을 겪지 않게 된다. 공주의 남편은 왕권을 이어받아 맥클라우드 왕의 뒤를 이를 것이고 마침내 모든 것이 안정을 찾게 된다.

그러나 루안다 공주는 겁에 질려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서 있었다.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지금 당장 말뚝을 내리꽂지 않으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었다.

공주는 숨을 참고 마지막 발걸음을 옮겼다. 양 손으로 머리위로 높이 든 말뚝을 단숨에 무름을 구부리고 사력을 다해 있는 힘껏 맥클라우드 왕의 등을 향해 내리 꽂았다.

그러나 예상치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벌어져 공주는 아무런 대비도 할 수 없었다. 말뚝이 맥클라우드 왕의 등에 꽂히려던 순간 맥클라우드 왕은 몸을 굴려 자리를 피했다. 거구의 맥클라우드 왕은 공주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민첩했다. 맥클라우드 왕이 옆으로 굴러 자리를 피하는 바람에 그 밑에 있던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공주가 말뚝을 거두기엔 이미 너무 늦은 순간이었다.

공주는 그대로 말뚝을 내리 꽂았고, 끔찍하게도 여자의 가슴을 그대로 뚫었다.

말뚝이 박힌 여자는 그대로 위로 몸을 세우며 부들부들 떨었다. 루안다 공주는 말뚝이 여자의 살을 깊게 파고들어 심장에 찔리는 감촉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여자의 입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고 여자는 배신감을 느낀 듯한 눈빛으로 루안다 공주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마침내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다시 누워 싸늘한 시체가 됐다.

루안다 공주는 그 자리에 꼼짝없이 무릎을 꿇고 굳은 채 앉아있었다.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상황을 채 파악하기도 전에, 맥클라우드 왕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기도 전에, 한쪽 볼에 심한 고통을 느껴졌다. 공주는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바닥에 쓰러지면서 그제서야 공주는 맥클라우드 왕이 자신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는 걸 느꼈다. 공주는 세찬 주먹 한 방에 바닥으로 날아가 쓰러졌다. 맥클라우드 왕은 마치 공주의 모든 움직임을 예상한 것 같았다. 그는 공주가 말뚝을 들고 다가오는 걸 모른 척 연기했다. 맥클라우드 왕은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공주의 공격을 피함과 동시에 공주를 함정에 빠트려 여자를 죽이게 할 계획이었다. 그렇게 공주에게 살인의 죄책감을 씌워줄 치밀한 계산을 미리 하고 있었다.

눈 앞의 모든 상황이 깜깜해지기 전에, 루안다 공주는 희미하게 맥클라우드 왕의 얼굴을 살짝 보았다. 그는 입을 벌리고 공주를 내려보며 크게 웃고 있었다. 숨소리는 들짐승처럼 거칠었다. 맥클라우드 왕의 커다란 부츠가 공주의 얼굴을 뭉개기 직전 공주가 들은 마지막 맥클라우드 왕의 목소리는 짐승처럼 거칠었다.

“내 수고를 덜어줬군.” 맥클라우드 왕이 말했다. “이 여자랑은 재미를 다 봤거든.”

명예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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