Читать книгу 명예의 눈물 - Морган Райс, Morgan Rice - Страница 11

제 2장

Оглавление

그웬돌린 공주는 왕실의 구불구불한 뒷길을 달렸다. 왕실로부터 멀어지는 그녀의 두 볼 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공주는 최대한 개리스 왕으로부터 멀리 달아나기 위해 애썼다. 개리스 왕과의 대면 이후, 펄스의 처형을 목격한 이후, 개리스 왕의 협박을 들은 이후 공주의 심장은 계속해서 요동쳤다. 공주는 간절한 마음으로 개리스 왕의 말 속에 담긴 진실과 거짓을 구분해내기 위해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그러나 사악한 개리스 왕의 논간 속에서, 진실과 거짓은 서로 얽히고 설켜 진실이 무엇인지 간파하기 힘들었다. 그는 공주를 겁주려던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그가 한 모든 말이 사실일까?

목이 매달린 펄스의 시체를 목격한 그웬돌린 공주는 어쩌면 이번에는 개리스 왕의 모든 말이 사실일거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고드프리 왕자가 정말로 독약을 마셨고, 어쩌면 정말로 공주가 반인 반수인 네바런스 족에게 팔려갈 수도 있었고, 어쩌면 정말로 지금 이 순간 토르가 매복을 당하고 있을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이 모든 생각들로 공주는 몸서리가 났다.

달리는 내내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바로잡아야만 했다. 이미 멀리 떠난 토르에게까지 달려갈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고드프리 왕자를 찾아 정말 독약을 마셨는지, 살아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그웬돌린 공주는 무질서하고 지저분한 왕실의 뒷길을 달리며 다시 이곳을 찾는 자신의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이곳을 방문했을 때 공주는 다시는 이런 곳에 발을 디딜 일이 없을 거라 다짐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나 만약 고드프리 왕자가 음독을 했다면 분명 술집에서 사건이 벌어졌음이 분명했다. 그곳이 아니라면 어디서 그런 일을 당한단 말인가? 공주는 고드프리 왕자가 다시 술집을 찾은 데 화가 났다. 그가 경계를 늦추고 방심한 데 화가 났다. 그러나 그런 마음보다는 그를 잃을까 두려운 마음이 더욱 컸다. 근래에 들어 공주는 고드프리 왕자와 사이가 더욱 각별했고, 아버지를 잃은 지금, 고드프리 왕자마저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만으로도 공주는 가슴이 뻥 뚫리는 듯 공허했다. 공주는 또한 위험에 처한 고드프리 왕자에게 죄책감을 느꼈다.

공주는 공포에 젖은 상태로 길을 달렸다. 공주가 공포를 느낀 까닭은 길가에 널린 주정뱅이들이나 건달들 때문이 아니었다. 그보다도, 공주의 오빠, 개리스 왕이 공주가 느끼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마지막으로 본 그의 모습은 악마 같았다. 공주는 개리스 왕의 얼굴과, 눈빛을 마음 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검은 눈빛과 얼굴에는 영혼이 없었다. 무언가에 씌인 것 같았다. 개리스 왕이 아버지의 왕좌에 앉아있는 모습이 더욱 그의 악마 같은 모습을 실감케 했다. 공주는 개리스 왕의 앙갚음이 두려웠다. 어쩌면 그는 정말로 공주를 반인 반수와 혼인시킬 계획을 세웠는지도 몰랐다. 공주는 결코 그런 일을 용납할 수 없었다. 또는 어쩌면 그가 공주를 방심하게 만들어 이번에는 정말로 공주를 암살시키려는 의도일 수도 있었다. 길을 달리며 공주는 주변을 경계했다. 눈에 보이는 모든 사람들이 낯설고 적대적으로 보였다. 눈에 보이는 모든 사람들이 개리스 왕이 보낸 적으로 보였다. 공주는 점점 큰 피해망상에 사로잡혔다.

골목길을 도는 순간 술 취한 늙은 남자와 부딪히는 바람에 공주는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며 깜짝 놀라 의도치 않게 크게 비명을 질렀다. 공주는 바짝 긴장한 상태였다. 잠시 뒤에야 공주는 그가 개리스 왕이 보낸 암살자가 아닌, 그저 술 취한 조심성 없는 행인이라는 걸 깨달았다. 공주는 가던 길을 재촉하며 고개를 돌려 뒤를 살폈다. 술 취한 노인은 사과할 정신도 없이 이리저리 비틀거렸다. 이 뒷골목의 무례함이 참기 힘들었다. 고드프리 왕자만 아니었다면 공주는 이곳에 올 일이 없었다. 순간 자신을 이런 상황에 밀어 넣은 고드프리 왕자가 미웠다. 왜 고드프리 왕자는 술집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인가?

또 다른 골목길을 돌자 찾던 술집이 나타났다. 고드프리 왕자의 단골 술집이었다. 존재를 변명이라도 하듯 기울어진 건물, 조금 열려있는 입구에서는 술 취한 주정뱅이들이 쏟아져 나왔다. 공주는 지체하지 않고 서둘러 술집 안으로 들어갔다.

어두운 술집 안에서 시야를 확보하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술집 안으로 들어서자 술 냄새와 취객들의 땀 냄새가 풍겼고, 공주의 등장에 술집 안이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술집 안을 꽉 채운 취객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공주를 보곤 놀란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왕족의 귀한 신분인 공주가 고급스러운 옷을 차려 입고 수년간 청소 한번 제대로 해본 적 없는 듯한 술집 안에 들어서 있었다.

공주는 고드프리 왕자의 술 친구, 배가 나오고 키가 큰 아코드에게 다가갔다.

“오빠는 어디 있지?” 공주가 물었다.

늘 흥에 취해 천박한 농담을 뱉고 스스로 만족해하던 아코드가 맥없이 고개를 젖는 모습에 공주는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주 안 좋아요, 공주님.” 아코드가 침울하게 대답했다.

“무슨 소리야?” 공주가 요동치는 심장을 달래며 대답을 재촉했다.

“ 술을 잘못 마셨어요.” 고드프리 왕자의 또 다른 술친구, 키가 크고 마른 펄톤이 대답했다. “어제 밤에 쓰러졌어요. 아직까지 일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살아 있는 거지?” 공주는 넋이 나간 듯 아코드의 팔목을 쥐고 물었다.

“간신이요.” 아코드가 고개를 푹 숙인 채 대답했다. “힘겹게 숨이 끊어져가고 있어요. 약 한 시간 전에 말을 멈췄어요.”

“어디 있는데?” 공주가 다그쳤다.

“뒤쪽에 있어요, 아가씨.” 술집 주인이 침울해 보이는 표정으로 바에 기대 술잔을 닦으며 대답했다. “왕자님을 어떻게 처리할지 계획을 제대로 세워야 할 거에요. 저는 제 사업체에 시체가 오래 머무는 건 원치 않거든요.”

술집 주인의 말에 단단히 화가 난 공주는 단검을 꺼내 칼끝을 술집 주인의 목에 겨눴다.

깜짝 놀란 술집 주인은 침을 꿀꺽 삼켰고, 술집 안은 순식간에 적막에 싸였다.

“첫 번째로,” 공주가 입을 열었다. “이곳은 사업체가 아니야. 그저 술이나 파는 곳이지. 그리고 왕족에게 다시 한번 그런 식으로 무례하게 말한다면 병사들을 대동해 이곳을 밀어버릴 거야. 내게 공주라는 칭호를 붙여 말하도록.”

공주는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 놀랐다. 자신의 이러한 대담함이 어디서 나오는지 공주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술집 주인은 다시 한번 침을 삼켰다.

“공주님.” 술집 주인이 공주에게 예를 갖췄다.

그웬 공주는 여전히 단검을 겨누고 있었다.

“두 번째로, 내 오빠는 죽지 않아, 더군다나 이런 곳에서는 더더욱. 오빠의 시체는 이곳을 찾는 그 어떤 살아있는 자의 영혼보다 너의 사업체에 영광으로 남을 거야. 그리고 만약 오빠가 죽는다면, 네게 그 책임을 물을 것이야.”

“그렇지만 전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습니다, 공주님.” 술집 주인이 애원했다. “다른 사람과 똑같이 술을 줬습니다!”

“누군가가 분명 독을 탄 걸 거에요.” 아코드가 설명했다.

“누군지는 알 수가 없어요.” 펄톤이 거들었다.

그웬 공주는 천천히 단검을 내렸다.

“오빠에게 안내해, 당장!” 공주가 명령을 내렸다.

술집 주인은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고는 바 뒤에 있는 옆 문으로 서둘러 들어갔다. 공주가 그의 뒤를 따랐고 아코드와 펄톤도 공주를 따라갔다.

공주는 술집의 뒷문으로 안내됐다. 그곳으로 들어서는 순간 공주도 모르게 헉 하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공주의 눈에는 바닥에 곧게 누워있는 고드프리 왕자가 보였다. 고드프리 왕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창백한 안색을 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 개리스 왕의 말이 모두 사실이었다.

공주는 서둘러 고드프리 왕자 곁에 다가갔다. 고드프리 왕자를 잡은 공주의 손끝에 차갑고 축축한 촉감이 전해졌다. 왕자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바닥에 머리를 대로 누운 왕자의 이마 위로 기름진 머리가 헝클어져 있었다. 그러나 공주는 미약하게나마 왕자의 맥이 뛰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여전히 맥이 뛰고 있었다. 공주는 또한 고드프리 왕자가 숨을 쉴 때마다 부푸는 그의 가슴을 살폈다. 아직 살아있었다.

순간 차오르는 분노를 감출 수가 없었다.

“어떻게 오빠를 이렇게 방치해둘 수가 있지?” 공주가 술집 주인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왕족인 내 오빠가 죽어가는데 바닥에 개처럼 버려 논거야?”

잔뜩 긴장한 술집 주인이 침을 삼켰다.

“그럼 제가 뭘 할 수 있겠습니까, 공주님?” 술집 주인이 우물쭈물하며 대답했다. “여긴 병원이 아닙니다. 다들 왕자님이 죽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오빤 죽지 않았어!” 공주가 소리쳤다. “그리고 당신들 두 사람.” 공주가 아코드와 펄톤을 보며 소리쳤다. “당신들이 무슨 친구야? 오빠라면 너희들을 이렇게 내버려 뒀을까?”

아코드와 펄톤은 서로 마주보며 시선을 교환했다.

“용서해 주세요.” 아코드가 용서를 구했다. “어젯밤 의원이 와서 왕자님을 살펴보곤 왕자님이 죽어간다고 했어요. 그리고 이제 시간이 흘러 죽기만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른 무언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제 밤 내내 왕자님 곁을 지켰습니다, 공주님.” 펄톤이 설명했다. “왕자님 곁을 지켰어요. 저희는 잠시 슬픔을 지우려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마침 그때 공주님이 오신 거에요, 그리고—”

여전히 분노에 젖은 그웬 공주는 몸을 일으켜 두 사람의 손에 쥐어진 술잔을 뺏어 멀리 바닥에 내팽개쳤다. 바닥 위로 술이 흥건히 스며들었다. 아코드와 펄톤은 흠칫 놀라 서로를 바라봤다.

“각자 오빠를 한쪽에서 들어.” 공주가 차가운 어조로 명령했다. 공주는 스스로에게서 새로운 힘이 솟아나는 걸 느꼈다. “여기서부터 오빠를 들어 옮겨. 나를 따라 왕실 의원의 집으로 따라와. 오빠는 제대로 치료를 받을 거고, 돌팔이 같은 의원의 진단에 맞춰 죽을 때까지 그저 방치되는 일은 없을 거야.”

“그리고 당신.” 공주가 술집 주인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오빠가 회복되고 다시 이곳을 찾았을 때, 만약 내 오빠에게 술을 판다면, 널 지하 감옥에 죽을 때까지 가둬 둘 거야.”

술집 주인은 공주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제 움직여!” 공주가 소리쳤다.

아코드와 펄톤은 서둘러 움직였다. 공주는 지체 없이 그곳에서 나왔고 공주의 뒤로 아코드와 펄톤이 고드프리 왕자를 부축해 공주의 뒤를 따라 술집 밖으로 나섰다.

공주 일행은 서둘러 왕실의 뒷길을 따라 왕실의 의원 집으로 향했다. 공주는 쉬지 않고 마음속으로 너무 늦지만은 않았기를 간절하게 빌고 또 빌었다.

명예의 눈물

Подняться навер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