Читать книгу 명예의 눈물 - Морган Райс, Morgan Rice - Страница 17

제8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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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의 한 가운데에서 토르는 적군들에 짓눌리며 꼼짝도 못한 채 바닥에 고정되어 있었다. 아무것도 못하고 속수 무책으로 누워 있었고 동시에 주변으로 울리는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와 말들의 울음소리, 이곳 저곳에서 죽어나가는 병사들의 비명 소리를 들었다. 어느덧 태양이 저물며 달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보름달이었다. 그 어느 때 본 보름달보다 크고 둥근 보름달이었다. 토르의 시야에 들어온 보름달은 거구의 적군이 토르의 눈 앞에 다가서자 시야가 가리워져 눈 앞에서 사라져 버렸고 적군은 토르의 마지막을 장식할 기세로 삼지창을 들어올렸다. 토르는 죽음의 순간이 드리웠음을 깨달았다.

토르는 다가올 죽음을 맞이하며 눈을 감았다. 두렵지 않았다. 후회만 있을 뿐이었다. 토르는 좀 더 살고 싶었다.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고 싶었고 자신의 운명이 무엇인지 밝히고 싶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그웬 공주와 오랫동안 함께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이렇게 죽는 게 억울했다. 여기서 죽고 싶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 아직 죽어서는 안됐다. 토르는 느낄 수 있었다. 아직은 죽을 때가 아니었다.

순간 토르는 몸 속에서 어떠한 힘이 발현되는 걸 느꼈다. 맹렬함이었다.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강력한 기운이었다. 새로운 힘이 발현되자 온 몸이 움찔거렸고 뜨겁게 달아올랐다. 발끝에서부터 다리, 허리 그리고 양 팔과 손끝까지 엄청난 에너지로 온몸이 타올랐고 알 수 없는 기운이 일어나며 빛을 발했다. 마치 땅 속에서 용이 승천하는 듯이 토르는 자신도 모르게 포효하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토르는 자신을 붙잡고 짓누르는 적군들을 뿌리치며 바닥에서 일어났고 자신의 힘이 웬만한 병사 열 명보다 더 강해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눈 앞에 선 적군은 삼지창을 내리 꽂았고 토르는 앞으로 다가가 그의 투구를 쥐고 박치기를 해 적군의 코를 부러뜨렸다. 토르가 적군을 다시 발로 힘껏 차버리자 적군은 마치 포탄처럼 저 멀리 날아가며 등 뒤로 적군의 병사들을 열 명이나 말에서 떨어뜨렸다.

토르는 기존에 느껴보지 못했던 분노를 느끼며 병사 한 명을 들어 올려 다른 병사들이 있는 곳에 힘껏 집어 던졌고 그때마다 상대편 병사들 수십 명이 볼링 핀처럼 다 함께 쓰러졌다. 토르는 다시 공격해오는 병사가 들고 있던 약 3미터 길이의 쇠사슬을 낚아채 머리 위로 쇠사슬을 돌리며 적들을 쓰러뜨렸다. 토르 주변으로 비명소리가 계속해서 일어났고 반경 3미터 내에 있던 수십 명의 병사들이 토르의 공격에 일제히 쓰러졌다.

몸 속에 흐르는 기운은 계속해서 강해졌고 토르는 뿜어 나오는 에너지를 거침없이 분출했다. 여러 명의 병사들이 토르를 향해 돌진하자 토르는 그들을 향해 손바닥을 뻗었다. 손바닥이 욱신거렸고 이내 토르이 손바닥에선 차가운 안개가 발산되기 시작했다. 돌진하던 병사들은 눈 앞에 펼쳐진 얼음 장벽 앞에 멈춰 설 수 밖에 없었다. 병사들은 얼음 장벽에 길이 막혀 그대로 그 자리에 꼼짝도 못하고 서 있었다.

토르는 양 손을 뻗어 적군들을 향해 에너지를 발산했다. 그러자 적군들이 모두 얼음 속에 갇혀 버렸다. 마치 전쟁터 바로 위로 얼음이 내려앉은 듯한 형상이었다.

토르는 서둘러 부대원들을 살폈다. 때마침 상대편 병사들이 리스 왕자, 오코너, 엘덴, 쌍둥이들을 향해 치명적인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토르는 손바닥을 펼쳐 적군들을 얼렸고 죽음의 위기에서 부대원들을 구했다. 부대원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려 토르를 바라봤다. 토르를 향한 그들의 시선엔 안도감과 감사함이 담겨 있었다.

맥클라우드 병사들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토르를 더욱 경계하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토르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거리를 뒀다. 수십 명의 병사들이 얼어붙은 모습에 저마다 토르에게 가까이 가기를 꺼렸다.

그러나 어디선가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웬만한 병사들보다 체구가 다섯 배는 커 보이는 한 병사가 토르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키가 4미터는 되어 보였고 토르가 지금껏 본 검들 중 가장 큰 검을 쥐고 있었다. 토르는 돌진하는 병사를 얼리기 위해 손바닥을 들었다. 그러나 그 병사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토르가 내뿜는 에너지가 마치 귀찮은 모기라도 되는 듯 손으로 토르의 에너지를 치워버리고 계속해서 토르에게 돌진했다. 토르는 자신의 힘이 아직 불완전 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왜 자신의 힘이 상대편 적군을 쓰러뜨리기에 부족한지 원인을 알 수 없어 당황했다.

거구의 적군은 순식간에 토르에게 달려왔다. 그의 엄청난 속도에 토르는 크게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토르의 뒷덜미를 잡아 토르를 공중으로 집어 던졌다.

토르는 바닥에 세차게 떨어졌다. 게다가 몸을 일으킬 틈도 주지 않고 거구의 적군은 이미 토르의 몸 위에 올라타 있었다. 그는 양 손으로 토르를 들어올려 시선을 맞췄다. 이내 거구의 적군은 다시 토르를 공중으로 높이 집어 던졌고 맥클라우드 병사들은 이를 지켜보며 승리의 환호성을 질렀다. 토르는 그대로 60미터를 날아올라 바닥에 떨어져 뒹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갈비뼈가 부서지는 고통이 전해졌다.

고개를 들어보니 거구의 적군이 다시 토르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이제 토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토르에게 솟아나던 힘은 모두 소진 된 상태였다.

토르는 두 눈을 감았다.

부탁 드립니다, 신이시여, 도와주세요.

거구의 적군이 토르 위에 올라타자 토르는 마음 속에서 무언의 떨림이 계속해서 자라나는 걸 느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떨림은 토르의 몸 밖으로 나와 우주 전체에 퍼졌다. 토르는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알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어느덧 스스로가 모든 사물과 조화되는 걸 느꼈다. 공기의 구조와 나무의 흔들림과 풀잎이 흔들리는 움직임까지 우주의 모든 것에 토르가 동화되어 있었다. 모든 사물의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토르는 손을 뻗어 온 세계의, 우주의 모든 떨림을 불러 일으켰다.

감았던 두 눈을 뜬 토르의 귓가에 어마어마한 윙윙거림이 들렸다. 놀랍게도 토르의 손을 향해 거대한 벌떼가 곳곳에서 모여들어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벌떼들은 계속해서 모여들었고 토르가 손을 더 높이 들자 벌떼들이 토르의 손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았다. 토르는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지 알 수 없었지만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벌떼를 조종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토르는 거구의 적군을 향해 손을 움직였다. 그러자 엄청난 벌떼들이 하늘을 덮으며 어둠이 일었고 순식간에 모든 벌떼들이 거구의 적군을 향해 달려들었다. 거구의 적군은 양 손을 머리위로 들어 올리며 벌떼들을 휘저었다. 엄청난 벌떼들이 그에게 계속해서 달려들었고 쉬지 않고 벌침을 쏘아댔다. 수천만 마리의 벌에 쏘인 거구의 적군은 결국, 두 무릎을 땅에 꿇고 바닥에 얼굴을 떨구고 죽어버렸다. 그가 바닥에 쓰러지자 주변이 크게 울렸다.

토르는 다시 말에 올라 놀란 모습으로 자신을 지켜보고 있던 맥클라우드 병사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병사들이 일제히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때는 너무 늦었다. 토르가 그들을 향해 손을 뻗자 엄청난 벌떼들이 일제히 그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공포에 질린 맥클라우드 병사들은 비명을 지르며 수도 없이 쏘아대는 벌떼의 공격을 맞으며 도망갔다. 맥클라우드 병사들이 번개처럼 허겁지겁 도망가자 전쟁터는 순식간에 비어지고 있었다. 일부 병사들은 도망가지 못하고 벌떼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바닥 위에 시체가 되어 쓰러졌다.

살아남은 병사들은 계속해서 도망갔고 벌떼들을 그들을 공격하며 계속해서 따라갔다. 엄청난 윙윙 소리가 지평선 너머로 도망치는 군대의 말발굽 소리와 벌에 쏘인 병사들의 비명소리와 함께 어우러졌다.

토르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단 몇 분만에 전쟁터의 병사들이 사라져버렸다. 남아있는 병사들이라고는 시체로 남은 병사들과 부상을 입고 죽어가는 병사들뿐이었다. 토르는 고개를 돌려 친구들을 살폈다. 모두가 지칠 대로 지쳐 거친 숨을 내뿜고 있었다. 부대원들은 하나같이 온 몸에 멍이 들고 이리저리 가벼운 부상을 당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생명에 지장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토르와 안면이 없던 부대원 3명은 바닥에 누워 시체가 되어 있었다.

저 멀리서 우르릉거리는 거대한 소리가 일어났다. 고개를 돌려보니 맥길 왕가의 군대가 언덕을 오르며 토르 일행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선두에는 캔드릭 왕자가 보였다. 토르 일행을 구하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려온 군대는 순식간에 토르와 부대원들 앞에 멈춰 섰다. 전쟁을 뒤로하고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들 앞에 맥길 왕가의 군대가 달려왔다.

토르는 놀란 눈으로 말에서 내려 토를 향해 달려오는 캔드릭 왕자와 콜크 사령관과 브롬 총 사령관을 바라봤다. 이들 뒤로는 왕실의 명예로운 실버 전사들이 함께였고 모두 말에서 내려 토르에게 다가왔다. 모두가 일제히 유혈 사태가 벌어진 전쟁을 치른 뒤 승리를 거머쥔 토르 일행을 바라봤다. 부대원들 뒤로 수백 명의 맥클라우드 병사들의 시체가 널브러진 모습에 모두가 의아한 모습이었다. 토르는 그들의 눈빛에서 궁금증과 경외감과 존경심을 엿볼 수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그들의 눈빛 속에 담겨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한 평생 토르가 꿈꿔왔던 것이었다.

토르는 영웅이 되어 있었다.

명예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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