Читать книгу 명예의 눈물 - Морган Райс, Morgan Rice - Страница 13
제4 장
Оглавление그웬돌린 공주는 복잡하게 얽힌 왕실의 거리를 서둘러 걸어갔다. 공주의 뒤로 아코드와 펄톤이 고드프리 왕자를 부축하며 따라갔고 공주는 그들 앞에서 인파를 뚫으며 길을 안내했다. 공주는 최대한 빨리 고드프리 왕자를 왕실 의원에게 보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고드프리 왕자가 죽게 내버려줄 순 없었다. 이 모든 일을 겪고 나서 이렇게 이런 식으로 죽어버려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행여라도 고드프리 왕자가 사망하게 된다면 그 소식을 접한 개리스 왕의 얼굴에 만족스런 미소가 지어질 게 뻔히 보였다. 공주는 그런 결과가 절대는 벌어져선 안 된다고 마음먹었다. 조금 더 일찍 고드프리 왕자를 발견하지 못한 게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모퉁이를 돌아 도시의 광장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광장에는 수 많은 군중들이 모여있어 여느 때보다 북적거렸다. 고개를 위로 올리자 펄스가 보였다. 여전히 밧줄에 목이 매달린 채 모두의 구경거리가 되도록 시체가 그대로 매달려 있었다. 공주는 의도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개리스 왕의 극악무도함을 반영하는 끔찍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공주는 그 어디를 가더라도 개리스 왕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어제만 해도 펄스와 이야기를 나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공주와 이야기를 나눴던 펄스가 지금은 목에 밧줄이 감긴 채 매달려 있었다. 공주는 자신의 주변을 에워싼 죽음의 그림자를 느꼈다. 그리고 공주에게도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다른 길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광장을 가로질러 가는 길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상황에선 두려워할 여유가 없었다. 공주는 용기를 내 참형 당한 시신이 매달려 있는 광장을 가로질러 가는 가장 빠른 길을 선택했다. 그러나 공주가 발걸음을 재촉하는 순간, 예상치도 못하게 검은색 의복을 입은 왕실의 사형 집행인들이 공주의 길을 막아 섰다.
공주는 처음에는 그들이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거라 생각했지만, 이내 그들은 공주에게 예를 갖춰 고개를 숙였다.
“공주님” 사형 집행관이 예를 갖춰 말을 걸었다. “저 시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아무런 명도 받지 못했습니다. 저 시체를 제대로 묻어줘야 할지 빈민가 시체더미에 버려야 할지 아무런 지시도 받지 못했습니다.”
공주는 가던 길을 멈췄다. 이런 결정을 자신이 내려야 하는 상황에 심기가 불편했다. 공주가 멈춰서는 바람에 아코드와 펄톤 또한 공주 뒤에 가던 길을 멈췄다. 눈부신 태양빛을 받으며 공주는 고개를 들어 눈앞에 매달려 있는 시체를 바라봤다. 공주는 사형 집행관을 그냥 무시한 채 가던 길을 재촉하려던 참이었다. 그러나 순간, 공주에 머릿속에 무언가가 스쳤다. 공주는 아버지를 위해 정의를 구형하고 싶었다.
“저 자를 빈민가 시체더미에 버리거라.” 공주가 대답했다. “아무런 표식도 남기지 말고 제대로 묻지도 말거라. 난 저자가 역사의 기록 속에서 영원히 잊혀지길 바란다.”
사형 집행관은 공주의 명을 받고 고개를 끄덕여 예를 갖춰 대답했다. 공주는 정당한 처사라고 생각했다. 어찌됐든 아버지를 진짜로 살해한 건 펄스였기 때문이었다. 비록 이런 처형은 원치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를 애도할 마음도 전혀 없었다. 공주는 순간 아버지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 어느 때보다 아버지의 강력한 힘이 느껴졌고, 펄스의 처리에 평안함을 느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있네.” 공주가 사형 집행관을 불러 세워 덧붙였다. “지금 당장 시체를 내리게.”
“지금이요, 공주님?” 사령 집행관이 물었다. “그렇지만 폐하께서 시체를 무기한으로 매달아두라고 명하셨습니다.”
그웬 공주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 당장.” 공주가 대답했다. “이게 폐하의 명령이네.” 공주가 거짓말을 전했다.
공주는 다시 한번 자신의 거짓말이 정당하다고 생각했다. 분명 개리스 왕은 창 밖을 내려다보며 펄스의 시체를 하루에도 몇 번이나 확인할 게 분명했다. 펄스의 시체를 치우면 개리스 왕의 심기가 불편해질 게 자명했다. 이는 곳 개리스 왕에게 모든 일이 자신의 계획대로만 되지는 않을 거라는 걸 알리는 공주의 경고이기도 했다.
그웬 공주가 다시 발걸음을 재촉할 무렵, 저 멀리서 새의 울음 소리가 들렸다. 공주는 발걸음을 멈추고 저 멀리 높은 하늘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에스토펠레스가 있었다. 공주는 한 손을 올려 강렬한 햇빛에 눈가를 가리고 자신이 정말 에스토펠레스를 본 건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공중에서 에스토펠레스가 다시 한번 울부짖으며 날개를 크게 펼쳤다.
순간 공주에게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공주는 한 손을 뻗고 휘파람을 불어 에스토펠레스를 불렀다. 에스토펠레스는 순식간에 하강하여 공주의 손목 위에 안착했다. 에스토펠레스의 무게가 상당했고, 매의 발톱이 공주의 피부를 짓눌렀다.
“토르에게 가보렴.” 공주가 에스토펠레스에세 속삭였다. “전쟁에서 토르를 찾아 토르를 보호해줘. 어서 가렴!” 공주가 손을 하늘 위로 올리며 소리쳤다.
공주는 에스토펠레스가 날개 짓을 하며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모습을 지켜봤다. 에스토펠레스가 토르를 지켜주기를 기도했다. 에스토펠레스에게는 무언가 마법 같은 힘이 있었다. 특히 토르와 에스토펠레스 사이에는 알 수 없는 교감이 있었기에 공주는에스토펠레스가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줄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공주는 다시 걸음을 재촉해 왕실의 의원이 머무는 곳으로 서둘러 걸어갔다. 공주 일행은 여러 개의 아치형 문을 통과해 왕실 밖으로 벗어났고 최대한 빨리 이동했다. 공주는 고드프리 왕자가 도움을 손길을 받을 수 있게 생명 끈을 꼭 붙잡고 있길 바랬다.
왕실을 벗어나 작은 언덕을 오를 무렵 어느덧 두 번째 태양이 저물고 있었다. 때마침 왕실 의원이 머무는 집이 시야에 들어왔다. 작은 집이었다. 방은 하나밖에 없었으며 백토로 벽을 발라 마감된 짐이었다. 양 쪽으로 작은 창문이 나 있었고 정면에는 아치형의 오크나무로 만든 대문이 있었다. 지붕에는 온통 온갖 종류의 약재와 형형색색의 다양한 식물들이 매달려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작은 오두막이 식물원에서 튀어나온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공주는 서둘러 대문으로 달려가 몇 번이나 문을 두드렸다. 오두막의 문이 열렸고 공주 앞에 왕실 의원이 모습이 나타났다.
일레프라. 그녀는 한 평생을 왕실 의원으로 왕족들을 치료했다. 공주는 어렸을 때부터 그녀를 알고 지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레프라는 여전히 젊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사실, 공주보다도 조금 성숙해 보일 뿐이었다. 그녀의 피부는 아름답게 윤이 났고, 상냥하고 부드러운 초록빛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약 18세 정도의 젊은 여성에 불과해 보였다. 그웬 공주는 일레프라의 실제 나이가 그보다 훨씬 많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어 보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일레프라는 또한 공주가 아는 몇 안 되는 매우 명석하고 유능한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공주 일행을 본 일레프라의 시선은 단번에 고드프리 왕자를 향했다. 일레프라는 걱정이 앞선 눈빛으로 상황이 절박하다는 걸 짐작하고 공주를 반기는 일을 생략했다. 일레프라는 서둘러 고드프리 왕자에게 다가가 손으로 그의 이마를 짚어 보고는 눈썹을 찌푸렸다.
“안으로 모시세요.” 일레프라가 서둘러 고드프리 왕자를 부축해온 아코드와 펄톤에게 말했다. “빨리 서둘러 주세요.”
일레프라는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 대문을 활짝 열었고, 공주 일행은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공주는 일행 중 가장 마지막으로 고개를 숙여 작은 문 안으로 들어가 등 뒤로 문을 닫았다.
집 안이 어두워 시야를 확보하는데 잠시 시간이 걸렸다. 어둠에 익숙해지자 어린 시절 이곳을 찾았을 때 봤던 그때 그대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작고, 따뜻하고, 깨끗하고 다양한 식물과 약초와 온갖 종류의 물약이 가득한 공간이었다.
“이곳에 왕자님을 눕히세요.” 일레포라가 심각한 어조로 두 사람에게 말했다. “저기 모퉁이에 있는 침대에요. 셔츠와 신발을 벗겨주시고 자리를 좀 비켜주세요.”
아코드와 펄톤은 그녀의 말에 따랐다. 두 사람이 왕자를 눕히고 문 밖으로 나가려던 때 공주는 아코드의 팔을 붙잡았다.
“문 밖에서 망을 봐줘.” 공주가 명령했다. “누구든지 고드프리 오빠를 쫓는 자는 아직도 고드프리 오빠를 노리고 있을 거야. 또는 나를 노리거나.”
아코드는 고개를 끄덕였고 펄톤과 함께 문 밖으로 나갔다.
“이 상태로 얼마나 있었던 거죠?” 일레프라가 고드프리 왕자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아 왕자의 손목과 배와 목의 맥을 짚으며 공주를 바라보지도 못하고 다급하게 물었다.
“어젯밤부터야.” 공주가 대답했다.
“어젯밤이라고요!” 일레프라가 따라 외쳤다. 그녀의 목소리엔 걱정과 우려가 가득했다. 일레프라는 오랫동안 말 없이 고드프리 왕자를 진찰했고, 표정은 더욱 어둡게 변했다.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일레프라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일레프라는 다시 한번 고드프리 왕자의 이마를 짚고 두 눈을 감은 뒤 아주 오랫동안 숨을 골랐다. 오랜 시간 동안 방 안은 깊은 침묵이 흘렀고, 그웬 공주는 그런 그녀의 모습이 초초해 더 이상 보고만 있기만 힘들었다.
“독약.” 마침내 일레프라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여전히 두 눈을 감고 있었다. 마치 마음으로 고드프리 왕자의 상태를 진단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웬 공주는 이번에도 역시 그녀의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레프라는 일평생 병명을 정확하게 짚어내지 못한 일이 없었다. 그녀 혼자서 군대가 사람을 구한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살려냈다. 그녀의 그런 능력이 학습에 의한 것인지 천부적으로 타고난 재능인지 알 수 없었다. 일레프라의 어머니 또한 의원이었고 그 어머니의 어머니 또한 의원이었다. 그럼에도 일레프라는 모든 시간을 독극물을 연구하고 그에 대한 치유법을 연구하는데 열중했다.
“매우 강력한 독이에요.” 일레프라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흔히 접하지 못하는 독이죠. 아주 귀하고 값비싼 독이에요. 고드프리 왕자님을 해하려 한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독을 써야 왕자님을 해칠 수 있는지 분명히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에요. 왕자님이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요. 왕자님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강하신 분인가 봐요.”
“아버지께 물려받은 강인함이지.” 그웬 공주가 대답했다. “고드프리 오빠는 강인한 체력을 가졌어. 모든 맥길 왕가의 후손들이 그러하듯, 체력을 타고났지.”
일레프라는 방을 가로질러 나무 판 위에 몇몇 약초를 올려두고 섞기 시작했다. 각각의 약초들을 빻아서 갈아둔고 그곳에 액체를 넣어 혼합했다. 그렇게 완성한 약은 녹색의 진득한 연고 같은 모습이었다. 일레프라는 손바닥에 연고를 가득 얹어 서둘러 고드프리 왕자에게 다가가 그의 목과 겨드랑이와 이마에 연고를 발랐다. 그리고 나서 다시 방을 가로질러 유리병에 담긴 불은 색, 갈색, 보라색이 나는 액체를 섞기 시작했다. 액체가 서로 섞이면서 연기가 일어났다. 일레프라는 혼합한 액체에 나무 숟가락을 넣어 오랫동안 저은 뒤 다시 고드프리 왕자에게 달려가 그의 입술에 액체를 발랐다.
고드프리 왕자는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일레프라는 한쪽 팔로 고드프리 왕자의 머리를 일으켜 세우고 혼합한 액체를 왕자의 입술 사이로 밀어 넣어 입 속에 집어넣었다. 대부분의 액체가 입 옆으로 흘러나왔지만 그 중 일부는 목구멍 안으로 타고 몸 속에 들어갔다.
일레프라는 왕자의 입 밖으로 흘러나온 액체를 닦고 다시 왕자의 입가를 닦았다. 그리고는 그제서야 등을 기대고 한 숨을 쉬었다.
“오빠가 살 수 있겠어?” 공주가 초조하게 물었다.
“아마도요.” 일레프라의 어조가 침울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요. 그렇지만 충분하지 않아요. 이제 왕자님의 목숨은 왕자님의 운명에 달려 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그웬 공주가 절실하게 물었다.
일레프라는 고개를 돌려 그웬 공주와 눈을 맞췄다.
“왕자님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긴 밤이 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