Читать книгу 명예의 눈물 - Морган Райс, Morgan Rice - Страница 18

제 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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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레크 명장은 남쪽 길을 따라 말을 타고 달렸다. 명장은 전 속력으로 말을 달리며 어둠 속에서 말이 웅덩이에 빠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주의를 기울였다. 그는 알리스테어가 노예상에게 팔려가 발러스터로 끌려간다는 소식을 접한 뒤로 쉬지 않고 달리는 중이었다. 명장은 스스로가 원망스러웠다. 여관 주인을 믿었던 자신이 너무 어리석고 순진했다. 여관 주인이 약속을 어길 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도 못했다. 명장이 마상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나면 약속대로 알리스테어에게 자유를 줄 거라 생각했다. 언제나 자신이 뱉은 말에 책임을 다해온 명장이었기 때문에 다른 이들도 자신의 말을 지킬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바보 같은 착각이었다. 그리고 그런 명장의 어리석음에 대한 대가를 그가 아닌 알리스테어가 치르고 있었다.

그녀를 생각하자 에레크 명장은 구멍이 뚫린 듯 가슴이 아파왔다. 명장은 더욱 힘차게 말을 달렸다. 너무나도 아름답고 고귀한 여인이 여관에서 일하는 불명예를 겪은 것도 모자라 이제는 노예상에게 성 노예로 팔려가는 신세가 되었다. 생각만으로도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에 대한 책임이 바로 스스로에게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만약 자신이 그녀의 인생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녀를 데려가겠다고 여관 주인에게 제안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여관 주인은 이 모든 일을 벌이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깊은 밤 에레크 명장은 알리스테어를 찾아 빠르게 질주했다. 말이 질주하며 일으키는 말발굽 소리와 씩씩거리며 거친 숨을 내쉬며 달리는 말의 호흡소리가 명장의 귓가에 가득 울렸다. 말 또한 명장처럼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명장도 힘에 부쳐 말에서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만 같았다. 명장은 마상 경기 직후 한시도 쉬지 않고 바로 여관으로 향했고 이제는 더 이상 지칠 수도 없을 정도로 지쳐있었다. 더 이상의 기력이 남아있지 않아 달리는 말 위에 고삐를 붙들고 앉아 있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명장은 서서히 감기는 눈을 애써 부릅뜨며, 잠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명장은 보름달 쏟아지는 달빛을 흠뻑 받으며 발러스터가 있는 남쪽으로 질주했다.

에레크 명장은 어린 시절부터 발러스터라는 곳의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비록 한번도 직접 방문한 적은 없었지만 사람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곳은 도박과 마약과 성 매매 등 왕국의 온갖 부도덕한 일들이 팽배하게 이뤄지는 곳이었다. 그곳은 링 대륙에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세상에 알려진 모든 종류의 어두운 축제를 즐기기 위해 모여드는 곳이었다. 그곳은 에레크 명장의 성품과는 가장 어울리지 않는 곳이었다. 명장은 한번도 도박이란 걸 해본 적이 없었고 술에 취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 대신, 여유가 생길 때면 언제나 훈련에 매진하여 전사로서의 기질을 갈고 닦았다. 명장으로서는 발러스터를 찾아가는 유형의 사람들처럼 그렇게 나태하게 삶을 보내고 환락을 품는 사람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발러스터에 가는 것 자체가 불길한 징조였다. 그곳에서 좋은 일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런 곳으로 향하는 알리스테어 생각에 명장은 가슴이 메어졌다. 한시라도 빨리 그녀를 구해야 했다. 발러스터에서 무슨 일이라도 당하기 전에 속히 그녀를 그곳에서 빼내와야 했다.

달은 점차 기울어졌고 어느새 달리던 길이 넓어지기 시작하며 말을 달리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에레크 명장은 눈 앞에 펼쳐진 도시를 바라봤다. 수도 없이 많은 횃불이 벽에 걸린 모습이 마치 도시 전체가 어둠 속을 밝히는 모닥불처럼 보였다. 예상했던 모습이었다. 소문에 따르면 발러스터에 머무는 사람들은 밤새 향락에 빠져 잠을 자지 않는다고 했다.

명장은 더욱 박차를 가해 달렸고 눈 앞의 도시가 더욱 가까워지며 마침내 작은 목재 다리를 건넜다. 다리의 양 옆으로 횃불이 주변을 밝히고 있었고 다리를 지키는 보초는 잠에 취해 꾸뻑거렸다. 에레크 명장이 번개처럼 다리를 건너가자 졸던 보초가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깨 몸을 일으켰다. 보초는 에레크 명장을 불러 세우기 위해 소리쳤다. “이봐!”

그러나 명장은 멈추기는커녕 속도를 줄이지도 않았다. 보초가 용기를 내 에레크 명장을 쫓아올 일도 없었을 테지만 만약 그랬다면 에레크 명장은 자신의 길을 막는 보초를 죽일 생각이었다.

명장은 계속해서 달려 도시로 진입하는 입구에 들어섰다. 입구는 사각형 모양을 띠고 있었고 가장자리는 고대의 석조 벽면으로 이뤄져 있었다. 명장은 그대로 입구를 지나 좁게 난 길가로 들어섰다. 길의 양 옆으로 횃불이 늘어서 어둠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도시 내부에 빽빽이 줄지어 선 건물들 덕분에 도시 내부는 좁고 답답하게 느껴졌다.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거리 위의 사람들은 모두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소리를 지르고 서로 몸을 부딪혔다. 거대한 파티가 벌어진 듯한 모습이었다. 건물마다 여관과 도박장이 보였다.

에레크 명장은 제대로 찾아왔음을 알 수 있었다. 알리스테어가 이곳 어딘가에 있다는 걸 확신했다. 명장은 자신이 너무 늦게 도착한 게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며 침을 삼켰다.

명장은 도시의 중심부에 있는 남다르게 큰 규모를 자랑하는 여관 앞까지 말을 타고 달렸다. 여관 앞에는 사람들이 떼를 지어 모여있었다. 명장은 이곳부터 수색해보는 게 좋겠다고 결정했다.

그는 말에서 내려 서둘러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술에 취해 소란을 떠는 사람들 사이를 가르며 여관 주인을 찾았다. 여관 주인은 실내 한가운데에서 사람들의 이름을 적고 그들에게서 돈을 받은 뒤 그들은 방으로 안내했다. 그러던 중 에레크 명장과 눈이 마주친 여관 주인은 명장에게 인위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방을 드릴까요, 손님?” 여관 주인이 물었다. “아니면 찾는 계집이 있으신가요?”

명장은 고개를 저으며 소란 속에서 여관 주인이 자신의 말을 제대로 들을 수 있도록 여관 주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사람을 찾고 있네.” 명장이 대답했다. “노예상이오. 그자는 사바리아에서 이곳으로 왔네. 아마 이곳에 온지 하루 정도 됐을 거네. 값 나가는 화물을 가지고 왔네. 노예들을 태운.”

여관 주인은 입술을 핥았다.

“손님께서 원하시는 건 아주 귀한 정보입니다.” 여관 주인이 답했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어요. 방을 제공하는 것만큼 제겐 쉬운 일이죠.”

여관 주인은 앞으로 바짝 다가와 손가락을 비비며 명장 앞에 손바닥을 내밀었다. 그는 명장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고 입가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에레크 명장은 여관 주인이 역겨웠지만 정보를 얻어야 했다. 또한 일분 일초를 지체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주머니에 손을 넣어 커다란 금화를 꺼내 여관 주인에게 건넸다.

금화를 이리저리 살피던 여관 주인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왕의 금화군요.” 여관 주인이 여전히 금화를 살피며 감탄을 자아냈다.

여관 주인은 호기심과 존경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명장을 위아래로 살폈다.

“그럼 왕실에서 여기까지 말을 타고 달려오신 건가요?” 여관 주인이 물었다.

“질문은 됐네.” 에레크 명장이 대답했다. “질문은 내가 했네. 그리고 대가도 치렀네. 이제 대답해보게. 노예상은 어디 있나?”

여관 주인은 입술을 여러 번 핥더니 명장에게 바짝 다가갔다.

“그 사람은 엘봇이라고 합니다. 이 도시에 새로운 창녀들을 데리고 일주일에 한번씩 방문하지요. 창녀들을 경매에 붙여 가장 높은 값을 부르는 사람에게 팔아버립니다. 놈의 소굴로 가면 놈을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이 길이 끝날 때까지 쭉 따라가면 그곳에 놈의 영업장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찾는 계집이 꽤 괜찮은 계집이라면, 아마도 벌써 팔리고 없을 겁니다. 엘봇이 데려오는 창녀들은 모두 금새 팔려버리니까요.”

에레크 명장이 서둘러 자리를 뜨려는 순간, 기분 나쁘게 축축한 손이 그의 손목을 잡았다. 고개를 돌려보니 놀랍게도 여관 주인이 겁도 없이 명장을 잡아 세우고 있었다.

“만약 창녀를 찾으시는 거라면, 제가 데리고 있는 애들은 어떠십니까? 여기 계집들도 그가 데리고 오는 계집만큼 훌륭합니다. 그러나 가격은 절반에 불과하죠.”

에레크 명장은 여관주인이 역겨웠다. 만약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그 자리에서 여관 주인을 죽여 없애버렸을 것이다. 이 세상에서 악한 자를 한 명이라도 더 제거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명장은 스스로를 다그쳤다. 여관 주인은 그런 수고조차 필요 없는 인간이었다.

에레크 명장은 자신을 잡은 여관 주인의 손을 뿌리치고 그에게 가까이 고개를 기울였다.

“다시 한번 내게 손을 대면,” 에레크 명장이 경고했다. “그럼, 그 행동을 후회하게 해주겠다. 알겠으면 뒤로 두 걸을 물러서라. 내가 이곳에서 내 손에 들린 이 검을 휘두르기 전에.”

여관 주인은 흠칫 놀라 공포에 젖은 눈빛으로 고개를 풀 숙이고 서둘러 뒷걸음질 쳤다.

에레스 명장은 지체 없이 그곳을 빠져 나왔다. 앞을 막고 있는 사람들 사이를 가르며 밖으로 서둘러 길을 재촉했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역겨움을 느낀 적은 처음이었다.

명장은 술 취한 주정쟁이들이 이리저리 옆을 기웃거리며 탐을 내고 있던 자신의 말에 달려가 올라탔다. 의심의 여지 없이 주정쟁이들이 자신의 말을 훔치려고 했던 게 분명했다. 만약 그들이 말을 훔쳐가 말이 돌아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 지를 생각하니 끔찍했다. 명장은 앞으로는 말을 더욱 단단히 메어둬야겠다고 다짐했다. 에레크 명장은 범죄와 부패가 팽배한 이 도시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명장의 애마, 와크핀은 훌륭한 군마였다. 누구든지 와크핀에게 접근해 데려가려 한다면 와크핀이 그 자리에서 그 자를 밟아 죽일 거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에레크 명장은 와크핀에게 힘껏 발길질을 했고 명장과 와크핀은 좁은 길을 따라 달려 나갔다. 명장은 북적 이는 인파에 부딪히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달렸다. 아주 늦은 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거리에는 더욱 많은 인파가 모여들며 서로 몸을 부대끼고 있었다. 명장이 빠르게 달려나가자 몇몇 주정쟁이들이 명장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명장은 개의치 않았다. 알리스테어가 근방에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고 그녀를 되찾기 전까지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마침내 석조 벽이 길 앞을 가로막으며 막다른 골목임을 알렸다. 오른쪽에 위치한 가장 마지막 건물은 기울어진 여관이었다. 하얀 벽토가 발린 건물에 초가 지붕을 이고 있는 한물간 건물이었다. 그 건물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관찰한 명장은 자신이 제대로 찾아왔음을 알 수 있었다.

말에서 내린 명장은 말뚝에 단단히 말을 고정시킨 뒤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눈앞의 모습에 놀라 이내 가던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내부는 아주 어두웠다. 커다란 방에는 꺼져가는 횃불 몇 개만이 어둠을 겨우 밝히고 있었고 저 멀리 한쪽 구석에는 불이 제대로 붙지 않은 벽난로가 켜져 있었다. 곳곳에 깔린 이불 위에는 수 많은 여자들이 옷을 제대로 갖춰 입지도 못한 채 두꺼운 밧줄에 몸이 묶여 벽에 고정돼 있었다. 여자들이 모두 약에 취해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내부는 아편 냄새가 진동을 했고 이곳 저곳에서 아편을 피운 파이프가 서로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고급스럽게 옷을 차려있은 남자 몇 명이 방안을 돌아다니며 이불 위에 널브러진 여자들의 다리를 발로 툭툭 건드려봤다. 마치 어떤 물건을 살지 물건을 고르는 듯한 모습이었다.

한쪽 구석에는 작은 붉은색 벨벳 의자 위에 한 남자가 앉아있었다. 명주 가운을 두른 그는 양 옆으로 여자들을 사슬에 묶어 대동하고 있었고 그의 뒤로는 엄청난 거구의 근육질을 자랑하는 사내들이 있었다. 사내들의 얼굴에는 흉터가 가득했고 모두가 에레크 명장보다 키가 크고 체격이 컸으며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해치우고 싶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모든 광경을 살핀 에레크 명장은 이곳이 어떤 곳인지 바로 짐작했다. 다름 아닌 성 매매 장소였다. 이곳에 있는 여자들은 자신을 사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고 저 구석에 앉아있는 남자가 바로 알리스테어를 데려간 우두머리인 게 분명했다. 아마도 그는 알리스테어 외에도 여기 있는 모든 여자들을 강제로 끌고 왔을 것이다. 어쩌면 알리스테어가 이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명장은 서둘러 여자들이 늘어선 방 안을 둘러보며 여자들의 얼굴을 확인했다. 방 안에는 수실명의 여자들이 있었고 그 중 일부는 정신을 잃은 듯 보였다. 방 안이 너무 어두워 얼굴을 식별하기가 힘들었다. 명장은 통로를 따라가며 한 사람씩 얼굴을 살폈다. 순간 누군가가 손바닥으로 명장의 가슴을 쳤다.

“돈은 냈소?” 거친 목소리였다.

고개를 들어보니 거구의 사내가 인상을 찌푸리고 명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자를 구경하고 싶으면, 돈을 내시오.” 사내는 중 저음의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곳의 규칙이오.”

명장은 분노가 솟구쳤다. 거구의 사내가 눈을 깜빡이기도 전에 명장은 어느새 손 끝으로 사내의 목젖을 가격했다.

사내는 헉 하는 소리를 내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대로 무릎을 꿇고 주저 않아 양 손으로 목을 움켜쥐었다. 명장은 앞으로 다가가 팔꿈치로 사내의 관자놀이를 가격했고 사내는 그대로 얼굴을 바닥에 떨구며 기절했다.

명장은 다시 방안에 있는 여자들의 얼굴을 살피며 간절하게 알리스테어를 찾았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그녀의 얼굴을 찾을 수가 없었다. 알리스테어는 이곳에 없었다.

에레크 명장은 요동치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한쪽 구석에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우두머리를 향해 서둘러 다가갔다.

“맘에 드는 계집을 찾으셨나요?” 우두머리가 물었다. “돈을 걸만 한 물건을요?”

“난 한 아가씨를 찾고 있네.” 명장이 강철같이 차갑고 단호한 어조로 애써 화를 누르며 말했다. “그리고 난 같을 말을 두 번 하지 않을 것이네. 그 여인은 키가 크고 긴 금발머리에 청록 빛 눈동자를 지녔네. 이름은 알리스테어. 하루나 이틀 전에 사라비아에서 이곳으로 끌려왔네. 그 여인이 이곳으로 끌려왔다고 들었네. 사실인가?”

우두머리는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씩 미소를 지었다.

“죄송하지만 손님께서 찾으시는 물건은 이미 팔려갔습니다.” 우두머리가 대답했다. “아주 훌륭한 물건이었죠. 취향이 고상하시네요. 다른 물건을 한번 찾아보시죠. 조금 깎아드리겠습니다.”

에레크 명장은 그간 느껴보지 못했던 분노가 솟구치는 걸 느꼈다.

“누가 그 여인을 데려갔나?” 명장이 무섭게 다그쳤다.

우두머리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아이고, 그 노예한테 꽂히셨군요.”

“그 여인은 노예가 아니네.” 에레크 명장이 역정을 냈다. “그녀는 내 부인이네.”

우두머리는 놀란듯한 눈으로 에레크 명장을 쳐다봤다. 그리고는 이내 고개를 젖히고는 웃음을 터트렸다.

“손님 부인이라니! 농담도 잘하시네요. 그렇지만 더 이상은 아니죠, 손님. 이제 그 물건은 다른 사람의 장난감이 됐습니다.” 우두머리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둡게 변했다. 얼굴을 찌푸린 그의 모습은 마치 악마 같았다. 그는 뒤에 서있는 두 사내들에게 손짓을 하며 말했다. “이제 이 쓰레기 같은 자식 좀 치워버려.”

근육이 우락부락한 두 사내가 눈 깜짝할 사이에 에레크 명장 앞에 나타났다. 명장은 두 거구의 민첩함에 흠칫 놀랐다. 두 사내는 명장을 제압하기 위해 손을 뻗어 명장의 멱살을 잡으려 달려들었다.

그러나 두 사내는 자신들이 누구에게 덤비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명장은 두 사람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민첩했다. 명장은 재빨리 옆으로 비켜 뒤에서 한 사내의 손목을 잡아 뒤로 비틀었다. 사내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고, 명장은 동시에 팔꿈치로 다른 사내의 목을 가격했다. 명장은 앞으로 몸을 돌려 바닥에 누워있는 사내의 코를 가격해 코뼈를 으스러트렸다. 코뼈가 부서진 사내는 정신을 잃고 목을 붙잡고 바닥에 드러누운 다른 사내 위에 쓰러졌다.

두 사내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에레크 명장은 사내들을 밟으며 우두머리에게 가까지 다가갔다.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우두머리는 두려움에 떨며 앉은 자리에서 안절부절 못 하고 있었다.

명장은 허리를 숙여 우두머리에게 가까이 다가가 주먹으로 그의 머리카락을 쥐고 다른 손으로 단검을 꺼내 그의 목에 겨눴다.

“그녀가 어디 있는지 말하거라. 그럼 살려줄 수도 있다.” 에레크 명장이 노여움을 토했다.

우두머리는 당황해 말을 더듬었다.

“말해요, 할게요. 그렇지만 다 시간 낭비입니다.” 우두머리가 입을 열었다. “귀족에게 팔았어요. 그분은 군대를 가지고 있고 궁전에 살아요. 엄청난 권력가에요. 그분의 궁전은 한번도 침략당한 적이 없어요. 더군다나 그분은 엄청난 병력을 가졌죠. 어마어마한 부자에요. 그분 주변에는 언제든지 목숨을 걸 용병들이 있다고요. 그분은 직접 거래한 계집을 모두 데리고 있어요. 손님의 부인을 거기서 데려오는 건 불가능한 입입니다. 그러니 그냥 왔던 곳으로 돌아가세요. 그녀는 이제 없습니다.”

명장은 단검을 더욱 세게 들이밀었고 우두머리의 목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우두머리는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 귀족은 어디 있는가?” 이성을 잃은 에레크 명장이 다그쳤다.

“그분의 궁전은 서쪽 마을에 있습니다. 도시의 서쪽 출입구를 지나 길이 끝날 때까지 쭉 따라가세요. 그럼 궁전이 보일 겁니다. 그러나 다 헛수고에요. 그분은 그 여자에게 엄청난 가격을 지불했습니다. 제가 부른 값보다 훨씬 비싼 값에 데려갔습니다.”

에레크 명장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우두머리의 목을 베어 그를 죽였다. 그러자 그의 몸이 의자 위로 축 늘어지며 사방으로 피가 분출했다.

명장은 죽은 우두머리를 바라본 뒤 다시 그의 두 심복들을 바라봤다. 이 곳이 역겨워 참을 수가 없었다. 이런 곳이 존재한다는 게 여전히 믿기지가 않았다.

에레크 명장은 방 안을 가로질러 여자들을 묶어둔 두꺼운 밧줄을 끊어버리고 잡혀온 여자들을 모두 풀어줬다. 사방에서 묶여있던 여자들이 재빨리 몸을 일으켜 문 밖으로 달려나갔다. 이내 방 안은 아수라장이 됐다. 모두가 서둘러 도망가기 위해 문을 향해 달려들었다. 몇몇 여자들은 약에 취해 움직이질 못했고 다른 여자들이 그들을 부축했다.

“당신이 누구시든.” 한 여자가 문 앞에 서서 에레크 명장에게 말을 건넸다. “신의 축복이 함께하길 빌겠습니다. 어디를 가시던지, 신의 가호가 함께할 것입니다.”

에레크 명장은 그녀의 기도에 큰 고마움을 느꼈다. 그녀의 말대로 명장은 앞으로 가야 할 곳에서 반드시 신의 가호가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을 수가 없었다.

명예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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